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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됩니다. 서범석
조회 : 41, 등록일 : 2020/02/05 08:33:52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역사적 평가는 지금부터다> 

죄가 있어 감옥에 가는 것이지만, 정치인의 죄는 판사의 판결문에 의해 단죄된다기보다 보이지 않는 준엄한 역사의 거울에 비추어 평결되는 것이라 믿는다. 
정치인이란 역사를 쓰고, 바꾸어 나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장구한 역사의 거울에 어느 한 시대, 어느 한 정치인의 정치적 죄상을 비추어 볼 때, 판사의 판결문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비열한 궤변에 불과한 한낱 부끄러운 종이쪽에 지나지 않았을 때도 무수히 많았다.
문제는 역사의 거울이 늘, 때 없이 맑고 깨끗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때로는 덕지덕지 오물로 얼룩진 거울로 세상을 비추려는 시도가 성취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시도의 주역 또한 대부분 정치인이었다. 
그리하여 정치인의 가장 올바른 사명이 있다면 역사의 거울을 얼룩과 왜곡이 없도록 깨끗이 닦고 바로잡아 세상에 정의를 비추도록 그 명징함을 유지시키는 데 있다고 굳게 믿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에 갇힌 지 4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어느덧 국민들은 그녀의 죄 중 낱낱의 죄목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재벌과의 경제유착, 공천간섭같은 직권남용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까. 

침묵 속에 옥중에 있는 직전 대통령의 고통과 회한은 천년이 지난다 하여 가시지 않을 깊고도 아물어지지 않을 지옥의 형극이리라.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을 헤아리고 곰씹어가며 잠 못 이루는 밤마다 모진 목숨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자탄에 빠지기도 했으리라.  

허나, 그녀만이 아니다. 대통령의 탄핵과 투옥이 이 나라의 역사에 그어댄 칼자국은 갈수록 그 상흔이 깊어가고 있다. 

지금, 매우 무딘 감각으로 말한다면 보수와 진보, 보다 예리한 시각으로 본다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체제를 수호하고자 하는 세력과 그와는 사뭇 다르기만 한 ‘경험해 보지 못한’ 사고를 가진, 기존 체제의 붕괴와 변혁을 시도하는 세력과의 대척은 이제 건곤일척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바로 만 4년 전, 지금의 처지로 그녀를 내몰았고, 그 후 국정의 엄청난 분열과 혼돈을 초래했던 총선 전야 역사의 태풍이 다시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전개되는 전선을 목전에 두고, 헌법의 수호 세력이라는 보수는 4년 전 적전분열의 뼈아픈 패배를 회억하며, 진중반란의 자멸까지 예감하면서도 전열과 대오를 정비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체제 변혁의 상대방은 방패 따위도 던져 버리고 창과 칼로 무장한 돌격대로 전면을 위협하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보수가 뭉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찬성과 반대의 원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감옥 속의 전 대통령은 침묵하고만 있다. 

자신에게 대했던 보수 정치인들의 용서할 수 없는 응어리가 마음을 석고처럼 응고시켜 버린 탓인가.
불운하고 허무한 스스로의 운명에 달관하고자 차라리 돌부처가 되어 세상을 등지고 내면의 평온을 추구하고 있는 것일까. 

역사의 거울을 들여다보면, 감옥에 갇힌 정치인이 오히려 역사의 물줄기를 송두리째 바꾼 아이러니는 많기만 하다.
자와할랄 네루는 독립운동으로 9번의 투옥을 당했지만, 감옥에서 딸 인디라 간디에게 편지로 써서 엮어냈던 ˂세계사 편력˃은 유럽중심의 세계관을 자국 중심의 역사관으로 세계사의 관점을 바꾼 명저로 세계인에게 더욱 기억되고 있다.
감옥에 갇힐수록 네루 수상은 영웅이 되어 갔었다.  

검찰과 법원의 서류가 무엇이든, 박 전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녀가 과묵한 성품에,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성장 과정 속에서 생성된 인간신뢰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졌을지언정, 국가에 대한 뜨거운 애국심과 사익에 앞서 공인으로서의 청렴성에 대한 신념이 투철했던 것만은 분명한 정치인이었다고 회고하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정치인으로서 그녀의 죄는 법을 넘어 역사의 평가에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역사상 전무했던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그녀는 자신이 진정으로 증오하고 배척해야 할 정치인과 그 세력과 가치가 무엇인지, 또한 진정으로 지켜야 할 그것들은 무엇인지 역사의 거울 앞에 내놓아야 한다. 그녀를 지지했던 많은 국민들의 의구심과 허탈함이 채워질 수 있도록 자신에게 씌워져 있는 죄상의 진실 또한 진솔하게 그 거울 속에 비추어 내야 한다.     

수많은 역사적인 지도자가 그랬듯이, 무릇 대통령이라 하는 지도자는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을 기개가 있어야 할 것임은 어렵지만 당연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도자에 대한 기대였고, 존경심의 척도이자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다가오는 정치적 선택에 의해 자신의, 또 우리국가의 미래와 운명이 적어도 몇 십년 아니, 그 이상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이 엄중한 역사의 갈림길에서 왜 침묵하며 미래를 외면하고 있는가.

스스로가 대통령으로서 추구했던 이 나라의 헌법가치와 국가질서가 근본적으로 변질될지도 모를 위협이 자신이 맞대하고 있는 고통보다 덜 위험스럽고 덜 고뇌스럽게 느껴지고 있다는 말인가. 
자신을 배신했던 몇몇 개개인에 대한 미움이 많은 국민의 공통신념에 반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미움보다도 더 큰 것이어서, 그토록 강조하던 역사적 사명을 좁은 감옥의 딱딱한 벽에 묻어버리고 말았다는 것인가. 
오로지 추구했던 국가의 대승적 가치와 질서만을 바라보며, 미움도 원한도 감정도 다 버리고 나를 딛고 모두 하나가 되라고 앞장서 외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에 이미 무력함을 느끼는 자포자기의 심사 때문이란 말인가. 

전직 대통령으로서도, 국민으로서도, 그녀 개인으로서도 백번 더 엄중한 것은 감옥이라는 사법보다 탄핵이라는 역사이다. 
보수의 역사는 지금 가로막혀 있다. 
탄핵의 강을 건너려 해도 건널 수 없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살신성인의 배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뭉치려 해도 뭉쳐지지 않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부서지지 않는 돌맹이가 흙속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18년간의 억울한 유배생활을 하면서 무수한 글을 남긴 당대의 정치인  정약용이 아내의 치맛감에 글을 쓰면서 아들에게 했다는 눈물어린 말을 기억해야 옳다.  

‘침묵하고 있다고 누가 나의 억울함을 밝혀주겠느냐. 내가 글을 남기는 것은 그래야 너희들이 그저 죄인의 후손으로 남는 욕된 삶을 피할 수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

하피첩(霞帔帖)에 쓴 피눈물 나는 교훈은 오물로 얼룩진 역사의 거울을 만드는 것도, 닦는 것도, 부수는 것도 정치인 자신이라는 냉엄한 금언이었다.  

감옥에 있다는 것이 절망되거나 허송되거나 무의미하기는커녕, 오히려 역사의 크나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반역죄의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알프레드 드레퓌스로 인해 유태인의 시온이즘이 유럽에서 촉발되었고, 결국 이스라엘의 독립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가 세계사의 강물에 합류하게 되었다는 사실에서 엿볼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역사적 평가는 지금부터다.
역사의 거울을 맑고 깨끗하게 닦고 바로 세우는 것, 정치인이 해야 할 가장 큰 사명이자 숙명이다.
최근 몇 년간의 정치적 피동자로부터, 정치적 능동자로서 대통령이었던 그녀가 역사의 거울을 닦는 주역의 한 사람으로 다시 나서야 한다.

그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의 그녀의 말과 실천이 역사적 평가의 핵심적인 자료가 될 것이다. 그녀의 말과 움직임에 따라 금년 4월에 있을 정치적 선택의 향방이 요동칠 수 있다. 
그것이 그녀가 추구했던 가치관의 증폭이 될 것인지, 역으로 가치훼절의 조력 또는 방관이 될 것인지, 아니면 범속한 정치인으로서 억울하고 불운한 죄인으로 희생양으로 잊혀져 갈 것인지는 오롯이 자신의 선택의 결과이고, 그것이 비로소 제 18대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라는 정치인의 가감없는 역사적 평가로 영구히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박 전 대통령의 역사적 책무와 평가는 지금부터다. 

(외람되오나 추운 감옥에서 고생하시고 계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꼭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썼습니다.)​
27220  “실사구시의 정치”를 해주세요. 구선회 202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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